사순절을 맞이하면서

초대교회에서부터 지키던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40일 광야 금식을 본받아 부활절 전 40일 동안 엄격한 금식, 참회, 기도, 그리고 새신자 세례 준비 기간으로 지켜졌다. 특히 이 기간동안에는 채소, 생선, 달걀만 허용된 소박한 식사, 자선, 묵상으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며 예배(성찬)를 준비했다. 3세기 초까지는 2~3일간 짧게 지켰으나, 이후 325년 니케아 공회에서 40일(사순)로 정착되었다. 부활절 전 주일을 제외한 40일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시작이 된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이 기간동안 하루에 한 끼, 저녁만 먹는 엄격한 금식을 했으며, 고기나 유제품을 피하는 등 식사를 절제했다. 

특히 사순절은 부활절에 세례를 받을 예비 신자들이 집중적인 성경 공부, 기도, 훈련을 통해 신앙을 다졌으며, 일반 성도들은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하며, 축제를 금하고 자선을 베풀며 기도에 힘쓰는 참회의 시간으로 삼았다. 한 마디로 초대교회는 사순절을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깊이 되새겼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독교가 오랜 역사와 시간을 거쳐오면서, 이러한 사순절 전통의 본질적 의미와 적용에 대한 이해는 잊혀져 왔고, 특히 한국교회에서는 사순절 자체도 언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에, 사순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보기 드문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초대교회 성도들이 지켰던 사순절의 전통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만큼 적용할 수 있는지 보면 사실 그 거리감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마치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에게 100미터 달리기를 13초 안으로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 어디에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처럼 – 표현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었던 과거 성도들의 신앙과 믿음, 그리고 교회 전통을 통해 우리의 현재 믿음을 돌아보는 일은 – 비록 그 거리감은 크지만 –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세계 소식을 내 손에 있는 휴대폰으로 다 들여다 본다. 우리의 눈과 귀, 인식은 끊임없는 새로운 소식들과 이슈들로 인해 정신 없고, 주식, 가상 화폐 등 새로운 자본주의의 시스템으로 인해 주님을 깊이 묵상하고 신앙과 믿음을 돌보는 일은 더 멀어지고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지켰던 사순절의 전통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하기에는 불가능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순절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부분들도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물론 형태는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본질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고난을 통해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는 일이다. 바쁜 가운데서도 우리의 중심을 다시 한번 주님께 올려드린다. 형편과 상황이 다 다른 우리들의 삶이지만, 성령 하나님의 지혜와 인도하심으로 이번 사순절을 하나님 중심으로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